국외자란 글을 쓰고나서 바로 후회했었다. 아니 실은 글을 쓰면서도 후회했다. -_- 사실 난 정치생각을 안하고 살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국외자임을 완전히 철회한 건 아니다만, 오늘 새벽에 한 기사를 보고 정말 분노가 솟구쳐서 한마디 쓰지않고는 못 살겠다. 그동안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전국 싹쓸이를 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착잡하기만 했을 뿐, 화가 나지는 않았는데, 한 대학생의 편지를 읽고나니 정말 모니터를 뚫어버리고 싶다. 뭔 이런 **이 다있는가!
#2.
박근혜 사건 이후, 난 그동안 거의 가본 적이 없었던 김규항씨의 블로그에 매일 들어가보곤 했다. 박근혜 사건에 대해 논평이 나오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면서였다. 난 김규항씨의 제3세계 테러옹호론에 완전히 동의하는 바는 아니지만(난 박노자 교수정도의 수준에서 최후수단인 폭력에 마지못해 찬동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그들의 책을 읽어라), 그런 옹호자도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리고 김규항씨는 9.11테러에 대해서도 억압받는 제3세계 민중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택한 발버둥이며 그 때문에 정당성이 있다고 말한 사람이며, 9.11 당시 양비론을 주장하던 진보인사들에게 무자비한(거의 인신공격성의) 비난까지 가한 인물이다. 그렇다면 이번 박근혜 사건도 비슷한 논리적 귀결을 따른다면 그가 할 말, 또는 하고 싶은 말은 뻔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아무 소리도 안 하는 걸 보니, 뭐.. 또 보나마나 관심도 없는 척 하시나본데;
아무튼 박근혜 사건에 대해 삭발하고 질질짜면서 난리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걸 적극 옹호하는 사람도 극소수나마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뭐.. 그런 사건에 대해 대한민국 아줌마라면 누구나 할 만한 이야기인 "60바늘이라는 거 보니 성형도 했나보네."라든가, "박가 딸년이 칼침을 맞았단다."라는 사실 이외에 다른 어떤 것도 찾아볼 수 없는(뉘앙스는 약간 있다만, 그런거야 받아들이기 나름이고) 글을 쓴 사람이 전 국민적 미친년놈 취급을 당하는 이런 시대에는 걍 닥치고 조용히 있는게 상책일지도 모르지. 애들도 크고 있고.
#3.
예전 김선일씨 사망사건 당시 이라크 파병에 대해 반대여론이 심각하게 일때, 김영선 의원이 한나라당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비공개였으나 어찌어찌 전해들었다.) "평화를 위해서는 코스트가 필요하다." 전달해 준 분의 말에 따르면 한나라당원들까지도 순간적으로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이 발언. 그 동안 잊고 지냈는데, 이번 박근혜 사건을 보고 갑자기 내 머리속에 다시 떠올랐다. 그냥 떠올랐을 뿐이다. -_- (나는야 아직도 국외자.~)
#4.
안 쓰려다가 하나만 더 덧붙이면, 간혹 인터넷의 댓글들을 보다보면, '한나라당 나쁜 것도 알고 걔들 정말 싫은데 열린 우리당 니들은 더 나쁘고 더 싫다.'란 글들이 많다. 호응이나 추천도 많이 받는다. 그래, 이것도 대충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게 왜 한나라당 지지의 이유가 되는가?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왜 민노당은 그들에게 대안이 되지 못하는가?'(저렇게 말하는 대다수는 사는게 힘든 사람들일 뿐, 전부다 보수꼴통들은 아닐 것이다.) 이게 요즘 내가 골몰하고 있는 생각이다. 그리고 민노당은 이런 호시기에 도대체 무얼하고 있는가? (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난 민노당 지지자는 아니다.)
#5.
딴 소리를 자꾸 했는데, 다시 처음의 대학생으로 돌아가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해도 괜찮고, 개인적으로 힘들게 사는 것도 견딜만한데, 대한민국 대다수가 저렇게 정신마저 나가버리는 것은 참 문제다. 이건 뭐 방법이 없지않나! 기사 마지막의 △ 박 대표는 이 편지를 보고 큰 힘을 얻었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유정복 실장의 전언. → 그럼 이 뭣모르는 대학생들마저도 정신이 나가버린 개탄스러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안 보이는 곳으로 찌그러지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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