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좀 봤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선수가 한 명있다.
'약점을 거의 가지지 않은 사나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사나이' 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사람. 바로 라이언 긱스다.
드리블의 제왕, 왼발의 마술사라고 불리며 어린 시절부터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해왔던 이 대선수는, 팬들뿐만 아니라 동료 선수, 감독들로부터도 축구에서 이 이상은 없다고 할 만큼의 찬사를 달고 다닌다.
"에릭 칸토나는 훌륭한 선수다. 그러나 라이언 긱스만큼은 아니다." - 요한 크루이프
"유벤투스의 모든 선수들이 맨체스터Utd.가 지금까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섰던 팀중 최고라는데 동의한다. 그들은 젊고 유능한 선수들을 많이 보유했고,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라이언 긱스는 진정한 월드 클래스 선수이다." - 지네딘 지단
"긱스의 재능은 신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 브라이언 키드
"긱스가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세계의 어느 팀도 그의 스피드, 그의 돌파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알렉스 퍼거슨
"긱스는 우리에게 축구의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만든다." - 론 엣킨슨
실제로 얼마나 잘 하길래? 일단 골장면 하나 보자.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막강하지 않은가? 긱스의 사전에 이런 플레이는 이미 무수하다. *.* (물론 내가 그를 아주 좋아하는 건 그의 '왼발' 때문이기도 하다. 난 축구의 멋은 왼발에 있다고 생각한다. ㅋㅋ 그래서 왼발을 잘 쓰는 선수에게 좀 집착이 있다. 긱스 외에도 예전 브라질의 데니우손, 지금의 까를로스, 아드리아누, 우루과이의 레코바, 아일랜드의 더프, 네덜란드의 로벤 등등)
하지만 이런 플레이, 저런 찬사들만이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팬들에게는 항상 '비운의'라는 수식어를 먼저 생각나게 하는 선수이다. 그가 '조국'이라는 말을 특히 많이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그의 조국은 '웨일스'. 영국의 4개 연방가운데 하나로서, 익히 알려져있다시피 영국은 항상 월드컵에 그 연방국들이 각각 출전한다. 그리고 물론 웨일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약체로서 월드컵 본선행 문을 줄기차게 두드리지만 한번도 나서지 못했다. 물론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전세계 많은 축구팬들이 본선에서 긱스를 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은근히 웨일스를 응원했지만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이미 그의 나이도 34세. 다음 월드컵을 기약하기에는 너무 늙어버렸다. ㅠ.ㅠ)
사실 그는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잉글랜드가 일찍부터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는 귀화를 여러번 추진했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가 일치감치 귀화했었다면, 루키 때는 앨런 시어러-폴 가스코인이라는 천재들과 조합이 가능했을 것이고, 지금도 맨유라인을 그대로 옮겨놓는 축구팬으로서 그야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한 잉글랜드 대표팀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잉글랜드의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느니 웨일즈 소속으로 월드컵과 유로 지역예선에서 뛰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라는 말로 귀화요구를 일축한다.
신기한 건, 사실 그의 원국적은 잉글랜드라는 점이다. 사연은 이렇다. 그의 아버지는 잉글랜드의 유명한 럭비선수였는데, 그 이름값에 걸맞게 지독한 바람둥이였다고 한다. 그러다 웨일즈의 한 16살 시골처녀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얻었으니 이 아이가 바로 긱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기 덕분에 결국 부부는 이혼하였고, 긱스는 부모님 중에서 어머니를 선택해 웨일즈 국적이 된 것이다.(긱스란 성도 어머니의 것이다. 원래 성은 윌리엄이었던가? 가물가물;)
웨일즈 국대의 긱스
아무튼 그는 앞서 말했듯이 '조국'이란 말을 특히 많이하는 선수답게 오늘도 웨일즈의 대표로서 열심히 뛰고 있다. 물론 월드컵 본선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말이다.
2006년 월드컵 때 집에서 놀고 있는 긱스 (웃기기도 하지만 왠지 좀 슬프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들이 왜곡된 국가주의에도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믿는 내 입장에서는 저렇게 조국, 조국, 해대고 애국심을 강조하는 것이 좀 마음에 안 들기도 하지만,
그러나 자기 나름의 신념을 위해서 좋은 기회를 마다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사람의 모습은 역시 뭉클함을 자아낸다. 긱스는 "나는 내 조국을 선택한 것 뿐이다. 나는 조국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노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의 선택과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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