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2008. 7. 31. 23:05

그녀를 대하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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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하나

                                    - 황규관 -


어쩌면 우리는
마침표 하나 찍기 위해 사는지 모른다
삶이 온갖 잔가지를 뻗어
돌아갈 곳마저 배신했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건
작은 마침표 하나다
그렇지, 마침표 하나면 되는데
지금껏 무얼 바라고 주저앉고
또 울었을까
소멸이 아니라
소멸마저 태우는 마침표 하나
비문도 미문도
결국 한 번은 찍어야 할 마지막이 있는 것,
다음 문장은 그 뜨거운 심연부터다
아무리 비루한 삶에게도
마침표 하나,
이것만은 빛나는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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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스트 제목과 사진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처음엔 제목을 '무제'로 하고 내용은 쓰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내 주변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는 또는 지나게 될 두 분을
허락도 없이 블로그에 올려놓고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은 염치 없는 짓이라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제목을 궁리하다 당장 떠오른 게 바로 저 것.
 
무슨 심오한 뜻이 있는 건 아니며, 그냥 떠오른 걸 적었다.


#2.

시는 저 두 분께 바치는 거라고 할 수도 있고, 내가 스스로 새기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거대한 삶에게도, 비루한 삶에게도 소멸은 공평하지 않은가?
나는 결국 마음 속에 마침표 하나를 찍을 수가 없어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인데...

맞는 말이긴 하지만, 사라짐에 대한 기대만을 희망으로 품고 사는 건
너무 누추하지 않나 싶어서 뒷맛이 개운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무튼 나는 아직 삶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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