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2006. 11. 23. 00:04

水原行

#1.

지난 토요일, 수원에 다녀왔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간 거였지만 오랜만에 나서니 어쨌든 좋더라.
수원은 이제 지방도 아니지만, 그래도 구시가 주변은 아직도 풋풋하고 정감있는 풍경이 눈에 간간히 밟혔다.




#2.

누군가와 함께 갔으면 좋았을텐데...
내 주변은 요즘 모두다 바쁘다. 나만 혼자 속편하게 살고 있다.
그런 상황을 이따금씩 깊이 자각할 때의 마음은 참으로 오묘한 것이어서,
나는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한다.




#3.

수원에 가면서 황석영 씨의 '오래된 정원'을 읽었다. 이건 대학교 2학년 때 봤던가? 그 때 내 마음에 깊이 아로새겨졌던 글인데... 요즘 들어 다시 집어들었다. 나름의 어떤 청산의 과정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이건 그 제목에 걸맞게 내 마음 속에서 참 오래되었다.
안타깝게도 그 속의 치열한 이념과 논쟁들은 이미 극복되어버린지 오래이고, 어느새 머리가 굵어진 나는 그런 사실을 꼬박꼬박 잡아내고 있다. 게다가 이념마저도 금전을 위한 포장껍데기에 불과한 요즘, 문학이 새삼스레  '그 때의 광주'를 들먹이는 건 지긋지긋하기까지 하고 오히려 불신의 눈초리를 먼저 보내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좀 다르다.
그에 대한 내 이유는 구차한 것이고...
굳이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요거 하난데,
혹 아직 보지 못한 글이라면 한 번 쯤은 읽어두라는 거.




#4.

교외선을 타고,
이어폰을 꽂고 자우림의 Loving Memory(마침 절묘하게도 이 곡이..)를 들으며,
눈은 '오래된 정원'을 쫓으며
나의 사랑을 생각하였다.

나도 내 사랑이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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