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dom Thoughts 2008. 9. 22. 23:45

옛날 이야기

간단한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제목은 '조용한 마을'이다.

옛날 옛날에 한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 이장이자 가장 부자인 미자네는 마을 주민의 집 곳간에 불이 나도 물을 못 뿌리게 했다. 물을 뿌리면 곳간의 곡식이 다 썩어버리므로 그냥 탈만큼 타게 두고, 다 타고 남은 낱알이나 건져 먹는게 낫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불이 난 집은 그동안 곳간 관리를 제대로 안한 것이므로 고생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투였다. 불난 집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타버린 곳간터를 돈 많은 미자네에 쪼개 팔아 당장을 연명할 수 밖에 없었다. 미자네는 그 곳간터에 엉성하게 곳간 비스무레한 걸 짓고, 미자네 큰 곳간과 단단히 매어 당장 쓰러지지 않도록 한 후 다시 불났던 집에 팔아 먹었다. 한철이네도 그렇게 곳간을 다시 산 집 중 하나였다. 한철이네 둘째 아들은 곳간에 불났을 때 물을 뿌렸으면 곳간이 타지 않았을 것이라 투덜거렸으나 감히 미자네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이로써 미자네는 더욱 부자가 되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미자네 곳간에 큰 불이 났다. 마을 모든 사람들은 그렇게 잘사는 미자네 곳간에 불이 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미자네가 그동안 마을 사람들 곳간을 자기 곳간과 단단히 묶어 놓아 엉뚱한 다른 사람 곳간까지 불이 옮겨 붙게 생긴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벌벌 떨었으나 뾰족한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난 마을 사람들은 자신들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을 이장인 미자네 아부지가 새벽에 물을 뿌린 정도가 아니라 미자네 집옆을 흐르는 강의 둑을 터뜨려 곳간의 불을 끈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수근거리기 시작했고, 특히 한철이네 둘째 아들은 이럴 수 있느냐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떡하겠냐며 가족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하였다. 지금 그 마을은 매우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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