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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56 - 선운사에서
얌전한 칸쵸
2012. 5. 17. 00:43
선운사에서
- 최영미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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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뒀다가 읽은 시.
어렸을 적엔 이렇게 너무 직설적이라고 해야하나? 감성에
대놓고 호소하는 듯한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이런 시도 참 좋다.
그만큼 내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는 뜻이었으면
좋겠다.
뭐,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