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한 칸쵸
2005. 4. 3. 06:24
두번째로 찾아가 본 그 곳.
도둑고양이마냥 혼자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다가 몇가지의 그녀의 일상의 편린들 또는 나의 아련한 옛 추억들만을 씁쓸하게 보고 돌아왔다.
새삼 느낀다. 그녀는 이미 저만큼, 아니 저멀리, 아니 보이지도 않는 그런 곳으로 가버렸구나. 그녀와 나 사이는 어느새 이만큼 멀다. 이미 그녀의 삶은 지금의 나에게 무척이나 생소하다.
시간의 무게도, 공간의 무게도 절실히 초월해버린, 관심의 무게를 정말 무겁게 느낀다.
실타래는 끊어진 듯 하다. 손에 꼭 쥐어 준 얼레를 드르륵하고 놓아버린 내가 이제서야 참 원망스럽다. 끊어진 실을 나도 모르는 새 그녀가 있던 방향으로 날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고 보니,
이렇게 한심한게 또 없구나.
그렇지만 아득하고 멀 뿐이다.
바람에 그저 날릴 뿐이다.
* BGM : Isao Sasaki - 99 Miles From You